한국무역협회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한 IT 제품은 반도체 장비, 프로세스와 콘트롤러, 기타 개별소자 반도체, 반도체 장비부품, 실리콘 웨이퍼, 광학기기 부품, 평판 디스플레이, 인쇄회로, 동박 순으로 많았다.
이들 중에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금액으로는 무려 50억 달러를 넘어 2위를 기록한 프로세스와 콘트롤러의 20억 달러 대비 2배 이상이나 됐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호황에 힘입어 삼성·LG·SK 등에서 생산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장비를 많이 수입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더불어 새로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투자를 단행, 이때 당연히 반도체 제조장비도 함께 들여왔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로는, 국내에도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아직 소화하지 못하는 몇몇 전공정 장비를 일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생산을 위한 공급망을 통해 이 부분을 보자. OLED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소재부터 장비까지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 국내 업체들의 활약도 다수 눈에 띄지만 TFT 공정에 필요한 증착과 노광 및 식각 장비에서 일본 업체들에 의존하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리고 OLED 증착에 필요한 장비는 일본의 캐논 토키에서 거의 수입하고 있다.
반도체를 간단하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구분했을 때,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후공정 분야는 국내 업체들과 협력을 다수 하고 있지만 전공정은 일본 및 미국 업체들과의 협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전공정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 순간에 기술력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국내 반도체 업계가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